검도를 수련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검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승부에 대한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그렇고 ,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서도 그렇습니다.
합동연무라는 명칭으로 전개되는 이러한 활동들은 검도를 수련하는 입장에서 색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지요.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칼을 마주한다는 의미는 실력이 비등한 경우도 있지만, 월등한 수준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을 뿐 아니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대도 있을 수 있고, 꼭 겨루어보고 싶은 상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온도의 차이라는 것도 있는데, 가령 수준이 높고 실력이 좋은 사람이 하수라고 생각하는 상대에 대해 최선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대충 맞추어 주고 꽂아칼 하고 바로 끝내버린다든지 하는 모습도 자주 접하고는 합니다.
즉, 나보다 고수(高手)나 맞대응 할 정도 수준의 상대와 교검을 나누려고 합동연무에 참석했는데... 자신보다 못하는 상대와 마주하는 것은 시간낭비로 여기는 것이지요.
본인도 시간을 내어 합동연무에 참석한 이유는 강한 상대와 마주하여 한 수 배우거나 자신의 기량을 점검코자 왔는데... 상대가 허접한 상대라고 한다면 기운 빠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 할 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상대를 마주한 입장에서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자 달려 들어가는데... 상대가 저렇게 최선을 다해 맞상대를 해주지 않아 버리면 역시 맥이 빠져버리게 됩니다.
이쯤되면... 교검지애(交劍之愛)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난폭하게 칼을 휘두르는 상대를 마주할 때도 사람들은 교검을 꺼려합니다.
승부욕이 강한 나머지 상대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아무 곳이나 후려치려는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사람들의 불쾌감을 조장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난검(亂劍)이 심한 사람은 모두가 피하려고 하겠지요.
- 사람을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 -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관계 손절”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린 요즘..
교검지애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고,
힘들다 못해 괴롭고
짜증스럽다 못해 분노하게 하는...
이러한 관계를 굳이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중에...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보다는 ”손절“이 더 효과적이고 이에 대한 방법이 더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안보면 그만“ 이라는 인식이 개인주의 사회가 고착화 된 시대에 어쩌면 당연하고 속편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보다는 외면과 회피가 오히려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일반화 되는 것에 대하여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만 내 사람으로 여긴다면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은 덤으로 따라 올테고 말입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이익의 여부로만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손절은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는 단순한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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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검도의 합동연무에서 하수(下手)를 대하는 잘못된 태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대로 꽂아칼 하고 나오는 ”손절”보다는
하수를 통해서도 배울 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자신의 수준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하수들은 되지도 않는 거리에서 칼이 나오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서 칼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또한, 난폭하고 거칠게 달려드는 상대에게서 보호구가 아닌 부분을 맞아서 시퍼렇게 멍이 드는 아픔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상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바른 자세를 잃지 않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연습 상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상대를 가려가면서 연습을 한다면, 자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가려가면서 대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없습니다.
처세는 “손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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