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에 있었던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차범근 감독의 축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의 산증인이자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최고의 영예와 존경을 받고 있는 그는, 해마다 이어진 축사와는 달리 이번 연단에서는 매우 무겁고 엄중한 모습으로 청중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 전설의 백전노장은 원로이자 선배로서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어린 제자와 후배를 지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통탄과 회한으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국가대표 선수의 철없는 일탈 행위가 큰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하여 선생으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인성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축사에서 가장 가슴에 다가온 내용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인성”이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경쟁력이라는 사실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동양적 겸손과 희생 그리고 책임감은 요즘 시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운 덕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러한 가치가 빛난다는 것이지요.
이는 어린 시절부터 인사를 잘하는 태도가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 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는 저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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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야구선수로서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는 타자와 투수를 동시에 겸하면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세계야구 역사상 최고의 연봉을 받는 선수입니다.
2023년 12월 10일 ... LA 다저스로 이적을 하면서 그가 받는 연봉은 10년 7억달러(한화 9600억)로 야구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맺은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1조원에 가까운 연봉을 2000만 달러(한화 270억)만 받고 나머지 97%는 계약 기간이 끝나는 2034년부터 2043년까지 10년간 나누어서 받겠다는 겁니다.
이것을 “지급유예계약” 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제안을 오타니 측에서 먼저 제시를 했다는 것에 또 놀랐습니다.
오타니 측의 설명으로는 자신에게 지급되는 연봉의 액수로 인하여 다저스 팀이 실력있는 선수를 영입할 때 금전적인 지출에 부담을 갖을 수 있으므로 팀전력을 위해서 자신의 연봉을 나중에 나누어서 받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구단이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도록 하여, 시즌 우승을 이루도록 하자라는 대승적인 차원의 결단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오타니의 이러한 결단을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꼼수로 평가절하하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의 현금가치와 10년 후의 현금가치의 하락율을 감안한다면, 세금으로 나가는 금액보다 훨씬 상회 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더욱이 그가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진 각종 선행들과 언행은 단순히 절세를 위한 연봉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경기장 주변의 쓰레기를 수시로 줍는다거나, 땅에 떨어진 상대팀 포수 마스크를 주어서 흙까지 털어서 건넨다든가, 상대 타자의 부러진 방망이의 일부가 마운드에 떨어지자 주워서 볼보이에게 건네주는 모습, 심판의 오심에서조차 미소로 응대하는 여유 등은 그의 실력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도무지 건방지거나 거만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그에게서 얼마 전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그의 계좌에서 스포츠 도박자금으로 거액이 인출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타니의 통역사 겸 매니저 역할을 담당했던 미즈하라 잇페이(水原一平)라는 사람이 오타니의 계좌에서 거액을 인출하여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인데, 오타니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또는 직접 가담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입니다.
당연히 오타니 자신은 그동안 믿고 따른 친형처럼 대했던 사람이 자신의 재산관리를 하는 가운데 그가 몰래 임의로 오타니의 계좌에서 도박 자금을 인출했으며 자신은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오타니의 주장에 대부분의 언론과 대중의 시선은 오타니 편이었습니다.
1조원에 가까운 연봉 외에도 각종 광고 계약으로 수천억을 벌어들이는... 한마디로 돈에 관련해서는 아쉬울 것 없는 입장에서 스포츠 도박을 할 만한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오타니의 바른 태도들이 사람들에게 그를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였지 싶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修辭學 rhetoric)은 지금도 대중을 설득하는 방법에 관련해서는 최고의 이론인데요,
설득에는 로고스(logos 논리적 설득), 파토스(pathos 감성적 설득), 에토스(ethos 인격적 설득)라는 세가지 방법이 있으며, 그 중에서 최고의 설득은 에토스 즉, 평소 삶의 태도와 방식이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 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지요.
미디어가 발달하고 SNS의 보급으로 인하여, 이같이 어떤 이의 평소 삶의 태도와 방식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척도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일종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과 태도는 단시일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린 시절부터 부모, 선생님, 혹은 멘토로부터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의 삶 동안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덕목이자 능력입니다.
훌륭한 인격체로서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를 갖추기 위해 평생에 걸친 인간 형성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
저에게는 검도가 그 같은 여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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