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는 맞대결로 상대와 겨루는 종목이다 보니 그 결과물로 파생되는 여러가지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검도 뿐 아니라.. 스포츠의 승부가 가져다 주는 이러한 경험치들은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승리했을 때에는 겸손을, 패배했을 때에는 반성을"
검도는 칼을 대용한 죽도로 상대를 타격하여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승패의 결과물이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또한 직접적으로 신체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보호구외의 부분을 맞게 되거나 필요 이상의 물리적 힘에 의해 가격당하면 무척 아픈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집중력을 통한 정확한 타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점차 줄어들게 되지만, 이제 막 보호구를 착용한 입문자이거나 잘못된 습관을 갖춘 숙련자일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입문자의 경우 미숙함으로 정확한 타격을 못하여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고,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숙련자일 경우도 보호구 외의 부위를 타격하여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검도만이 갖는 승부의 속성 때문에 검도수련에 있어서 예법은 매우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여타 스포츠와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검도에서 특히 강조하는 예법의 기본 정신이다.
바로 이것이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적 가치로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검도수련 3년차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검도수련 1년차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의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감정이 표출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즉, 필요이상의 힘을 넣어 동생인 2학년 아이를 상대한 것이다.
당연히 3학년 녀석을 크게 혼을 내었다.
형으로서 선배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3학년 녀석은 2학년 동생이 자신을 아프게 때렸고 자신도 이에 상응하게 대응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3학년 녀석을 야단 치기도 하고, 납득을 시키려고도 했지만 아직은 생각이 미숙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자신도 당했으니, 상대방도 당해 봐야 한다"는 것이 녀석의 고집이었다.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법전으로 -합무라비 법전- 에 명시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는 바로 인간의 본성을 근간으로 하여 만든 규율이다.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상대에게 되돌려 준다."라는 이러한 내용은 구태의연하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만연해 있다.
이성적 사고와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어린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른답지 못한 또는 어린 어른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의 수준은 낮게 평가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대처할 수 있어 합리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힘은 바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법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예법이 몸에 익히게 되면 굳이 비싼 명품으로 몸에 둘르고 있거나 들고있지 않아도 품위나 품격을 갖추게 된다.
"내가 당했지만 상대를 용서한다" 라는 생각은 자신을 지금보다 더욱 크게 만들고 그러한 의식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보다 수준 높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이러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데, 지금의 교육현실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에서도 한편으로는 검도 사범으로서,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분명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내 생각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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