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검도계에서 존경하는 몇 안되는 분중의 한 분이 계신다.
올해 80의 연세이지만 아직도 도장에서 검도를 지도하며 후학들의 모범이 되시는 그런 분이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도장 문을 여시며 새벽수련을 해오시던 날들이 어언 30년..
이미 검도계의 원로이시긴 하지만, 아직도 일선에서 직접 죽도를 잡고 계시는 노(老)검사이다.
서울대 문리대 시절.. 서울대 검도부를 만들어 주장을 맡고 대학연맹전에서 학교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우승기를 총장실에 갖다 놓았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 일화이기도 하다.
그러던 그 분은 1960년대 후반..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무려 20년..
30대 초반의 청년은 1988년 대통령 특별사면 조치로 50대 초반의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돌아왔다.
20 여년간 옥중 뒷바라지를 해오신 사모님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허름한 지하에 검도장을 개관한 것은 그 분에게는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은 훌륭한 검도 선생님으로서 존경을 받고 계신다.
검도회보에 그 분이 가끔 올리시는 글이 있는데 몇자 옮겨 보았다.
언제나 새벽에 눈을 떳다.
4시 20분이다.
4시 반에 맞춰 놓은 알림종이 울리기 전이었다.
습관적으로 그 시간이면 맞춤 종소리를 듣기전에 반사적으로 미리 깨어난다.
새벽 일터로 나가는 아주머니들로 가득 한 첫 버스를 타면 나도 이 서울의 새벽을 여는 일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뿌듯해진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도장에 도착하면 5시밖에 안되었는데도, 겨울과 달리 밖이 훤하다.
이웃 편의점에서 따뜻한 두유 한 병 사서 도장 사무실로 든다.
건물의 불을 밝히고 아직 새벽 기온이 차서 탈의실이나 사무실과 도장에 가벼운 난방을 한다.
세탁된 수건이랑 세탁물을 널고,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가볍게 공기를 바꾸고, 사무실과 도장 정리를 하고 나서, 사방의 창문을 꼭꼭 닫는다.
수련할 때의 기합 소리에 이웃의 새벽잠을 깨우지 않기 위함이다.
혼자서 본(本)과 몇가지 형을 가볍게 하면서 몸을 푼다.
오늘은 내가 아침운동을 쉬는 날이라 관원들이 수련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면서 검도잡지를 몇페이지 읽는다.
그들의 경험이나 나의 경험이나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느낀다.
도장을 차리고 나서는 언제나 같은 식이다.
30년을 하루같이 반복하다 보니 세월이 가는 것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눈을 뜨면 1주일, 뒤돌아 보면 한 달, 그리고는 계절이 바뀐다.
... 중략
어떤 학부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상담 전화다.
도장 홈페이지에 대충 소개된 내용을 부연해서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에 차량운행 여부를 물었다.
전문 검도도장으로서의 지향을 설명하고,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어른들과 함께 하는 경험과 걸어서 골목을 오가면서 보고 겪는 어린 시절의 세상읽기의 귀중함도 이야기 해 준다.
어린 시절에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차에 실려만 다니다 보면, 이 다음에 커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무엇을 떠 올릴까?!
자신이 사는 동네의 이곳 저곳을 두발로 오가며 넘어져도 보고, 어른들의 싸움도 구경하고, 개에 쫓겨 보기도 하면서 추억의 보따리를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도 이야기 해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입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를 이해하는 학부모는 얼마 없는 것 같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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