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면에서는 동네 조그마한 대회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높으신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하였다.
사실.. 이런 자리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향후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회식을 마치고 관내 국회의원 한분이 학부형들이나 참여선수들에게 격려와 인사를 나누며 대회장을 나서고 있는 가운데..
어느 학부형이 그 국회의원에게 대놓고 이런 말을 했다.
- 이곳은 신발을 신고 들어 오는 장소가 아닌데 의원님은 뻐젓이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
지역구에서는 물론 나름 전국적으로도 인기있는 국회의원에게 던져진 느닷없는 돌직구였다.
그 국회의원이 이러한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유심히 살폈지만..
뻘쭘한 표정에 "다른 사람들도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바람에 몰랐다"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그 자리를 모면한 것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대회장 입구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신발들이라던지, 대회 선수들과 학부모들, 기타 스텝들이 맨발이나 양발이었던 것을..
조금만 신경을 써 주변을 살펴보았다면, 그런한 구구한 변명을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중의 시선을.. 또는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어필하려고 하는 곳에서 사전에 미리 최소한의 준비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만일 그 의원이 신발을 벗고 대회장에 들어왔거나, 또는 실수로 이미 신발을 신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주변인들 대다수가 신발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신발을 벗은채로 사람들을 대했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그곳 대회장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음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마침..
그일이 있었던 며칠 후 미국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약 30여분 가량의 이 연설은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막말에 품격없던 미국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원고도 없이 특유의 제스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99명의 사람들 앞에서 이 나라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물씬 자아내 22번의 박수를 이끌었으며,
이러한 그의 연설은 그에 대한 이미지를 완벽히 바꾸어 버렸다.
이것은 이 나라의 국민감정을 사로 잡기 위해 그동안 나름의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싶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동네 조그마한 검도대회장을 비교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지는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