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승부는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생존의 문제가 체계적인 연습법과 단련법으로 발전하면서 검도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 된다.
처음엔 기술적인 면모의 향상을 추구하던 것이 상대에 대한 마음가짐의 연구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는 승부의 본질을 바꾸어 버리게 되었다.
즉, "상대를 베거나 쳐 승리하여 살아 남는다"는 범주에서 벗어나 애초에 칼을 뽑지 않고서도 상대에 대응 할 수 있는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것은 서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서 한단계 발전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활인검"의 정신이다.
이를 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감"이고 자신감은 평소 연습과 수련을 통해 함양해 간다.
당당함으로 무장한 자신감은 마음의 여유를 통해 넓은 안목과 시야를 가져오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갖도록 해 준다.
칼을 다루는 기술이 마음가짐의 연구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칼은 무기로서 상대를 해치고 목숨을 앗아가는 근본적인 속성이 있다.
이러한 속성이 내재되어 있는 칼을 뽑아 들고 서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한 순간에 저 세상으로 가는 초긴장 상태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극도의 긴장상태와 공포심은 결국 마음자세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고 이는 승부의 결과로 나타났다.
평상심, 무념무상, 명경지수, 경구의혹 ... 등 마음에 대한 연구가 연습법의 형태에도 변화로 작용했으며 묵상이나 명상, 참선이 바로 마음을 다루는 수련의 한 방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활인검"의 중요한 요소인 "자신감"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자만심"으로 돌변한다.
종이 한 장의 차이로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기에 누군가 이것을 다잡아 주지 못하면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주화입마"에 빠져 스스로를 망쳐 버리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그 누군가는 바로 훌륭한 스승을 말한다.
지도하는 사범이 승패를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만 가르치려 한다면 그 제자 또한 이기는 법만 배우게 되고, 만일 패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그저 이기는 것에만 몰입 할 수 밖에 없는 그 정도의 수준밖에 머물지 못하게 된다.
만일 스승이 승패를 떠나 승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르칠 수 있다면, 그의 제자들은 승부가 더 이상 두렵거나 긴장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왜냐면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고, 이는 곧 다음을 위한 경험치라는 것을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검을 통한 마음가짐의 연구는 때로는 제자를 가르치는 사범으로서..
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로서..
그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승부사로서 좀 더 수준 높은 품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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