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장에 손님이 멀리서 방문하셨다.
올해로 69세이신 김사범님이다.
내년이면 고희를 바라보시는 연세에도, 또한 요즘같이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도 일주일에 4일은 꼭 수련을 하신다는 말씀에 나로서도 무척 귀감이 되시는 분이다.
40세에 처음 죽도를 잡으셨고 지금은 6단으로 4-5년 전에 취득하셨다.
4단까지 약 10년간 검도의 속성 중 하나인 승부에 매료되어 상대를 이기는 방법만을 고수하시다가 어느 순간 검도의 본질을 놓친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기본부터 시작하신 분이기도 하다.
10여년간 자신이 해오던 것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 아닐 수 없고, 또한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고 계신다는 것은 보통 분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분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해 주신 이유는 내게 책 한권을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어로 된 내용을 번역한 번역서로 20권만 인쇄소에서 제본을 한 매우 귀한 책이다.
"오가와 쥬타로" 선생이 53세때 처음 "모치다 모리치" 범사9단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움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모치다 선생은 69세의 나이에 일본 검도 최고의 명성을 갖고 계신 분으로 전무후무한 10단의 수여를 반려하실 정도로 뛰어난 인품의 소유자였다.
명성을 이용하여 명리를 추구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걸으며 그것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던 선인과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1974년 90세의 일기로 삶을 마감하기 직전 말년의 제자 오가와 선생에게 언급했던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같은 장면이 그려졌다.
오가와 선생.. 당신은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지난 자신이 걸어 온 길을 회상하는 가운데.. 평생 검 한 자루를 들고 살아 왔던 노 검사의 저 한마디는 사제동행 (師弟同行)의 기쁨을 언급한 것으로, 이 말을 들은 오가와 선생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우리는 익히 들어 오고 있지만, 배울 필요성도, 시간도, 의미조차도 없다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볼때 인생의 말년에 배우려고 했었던,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른 사람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눈을 감았던 노년의 두 사람 모습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 진다.
명리와 출세와 돈만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사제간의 대화를 통해 나의 삶에서도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레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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