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친구녀석의 바로 위로 형이 있었는데 체구는 무척 작았지만, 매우 매서운 눈매와 복장(?)도 삭막한 ..
지금으로 보면 학교 짱이었습니다.
키가 작고 외소함에도 꽤 한주먹 날렸던 그런 친구의 형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되었던 것은 ..
원래 순둥이도 그런 순둥이가 없었던 형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성격이 워낙 순해서 매일 동네북처럼 또래 형들에게 쳐맞고 다녔답니다.
맨날 울고 집에 들어오는 모습에 참다못한 제일 맏형이 동생을 데리고 이동네 저동네 데리고 다니면서 싸움박질을 시키며 다니곤 했습니다.
이러한 스파링(?)은 효과가 있었는지.. 그 순둥이 형은 어느새 싸움꾼이 되어 있었지요.
친구녀석이 들려 주었던 이 전설같은 이야기에 나도 그런 맏형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답니다. 하하하..
지금에도 가끔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
아마도 승부사로서 검도를 수련하는 입장에서이지 싶습니다.
그 순둥이 형아는 무지하게 얻어터졌을 겁니다. 처음에는 말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얻어맞는 것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하도 맞아보니 아픈 통증도 견딜만 하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고..
쳐맞는 공포나 두려움도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어느 시점에서는 깨달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상대에게 얻어 맞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면..
이쪽에서는 여유라는 것이 마음 한켠에 생겨납니다.
그 여유는 상대의 움직임이 보이도록 해 준다거나 또는 상대보다 먼저 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여유는 결국 상대로 하여금 무수히 맞아봐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검도에서의 머리치기는 손목치기나 허리치기보다 매우 어렵습니다.
몸을 던져 넣어야 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머리치기의 낌새를 잡혀 손목치기나 허리치기를 무수히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할 것을 각오해야만 몸을 던져 넣는 머리치기를 몸에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즉, 상대에게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진정한 머리치기를 익힐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수없이 상대로 하여금 많이 맞아봐야 합니다.
상대에게 맞는 것이 두려워서 막거나 피하거나 해서는 절대로 검도의 진수를 배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양새도 이런 이치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숱하게 겪어야지만.. 비로소 여유를 갖출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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