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충북 음성에 있는 대한검도회 중앙연수원에서 5단심사가 있었다.
1년에 봄과 가을 두번밖에 응시할 수 없는 이 심사에 전국에서 120명의 5단승단에 도전하는 4단들 중에 나도 있었다.
통상 합격률은 20~30%의 난이도를 보이는 가운데 보기 좋게 1차에서 떨어졌다.
긴장따위는 하지 않았으나 떨어진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간합(間合) .. 즉 상대와의 거리를 정확히 심사에 반영하지 못한 것에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며칠간 간합의 선택을 상대에게 주지 않고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상대가 나를 칠 수 있는 거리를 주지 않고, 내가 상대를 칠 수 있는 거리에 두는 것 !!
결국 발놀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은 기본이고, "공간적인 거리" 뿐 아니라 "시간적인 거리"...즉 타이밍까지 뺏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간합이 절대적이지 않고 항상 상대적이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 기술이 잘 들어가는데, 또 누구에게는 번번히 당하게 된다.
이처럼 승부의 세계에서 천적의 개념이 가장 강한 스포츠라고 한다면 검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쩌면 이같은 서로의 간합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 보았다.
부모와 자식간, 부부간, 형제간, 스승과 제자간, 친구간, 연인간, 선후배간,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의 적법한 거리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겨울에 춥다고 난로를 끌어 안으면 안되듯이 적당한 거리에 난로를 두었을 때가 가장 따뜻하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친하다고 함부로 상대를 대해서도 안되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전혀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무 많은 속내를 드러내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거리를 두게 되어 정말 좋은 사람을 깊이 있게 사귀지 못하는 경우가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람간의 간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검도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에 난 항상 감사한다.
더우기 실패를 통해 얻게 되는 배움의 크기는 성공의 그것보다 몇배 값지게 다가 온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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