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 仙 斷 想


거리 23.02.16 22:03
국선재사범 HIT 81
새벽수업을 위해 이른 시간에 도장에 나올 때면, 난로를 켜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서늘한 도복을 훈훈한 열기로 데워서 입습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날씨가 추운 겨울을 실감하는 아침과 저녁입니다.

난로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춥다고 난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 뜨거워 화상의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난로와 너무 멀리 거리를 두면 춥게 느껴집니다.

난로와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했을 때가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의 따스함을 유지할 수 있지요.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나는 상대와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기를 바라는데,  그 선을 넘어서 훅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는 나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상대는 부담을 갖는 경우도 있고요.

친하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난로의 경우처럼 심하게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으면 냉정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서로의 암묵적 합의에 의한 거리두기는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합의는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져 가는 것입니다.

자식의 인생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는 자식과의 적정한 거리를 모르기 때문이고 후에 큰 문제가 벌어집니다.

친구와의 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없게 되고,

부부간의 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정이 붕괴되는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붙힘성이 좋다며..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는데도 형님 동생으로 관계를 만들려는 사람은 제 경험상 그다지 믿을만한 사람은 못됩니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형 동생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검도에서는 거리를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거리를 크게 세가지로 나누는데

1.공간적인 거리
2.시간적인 거리
3.심리적인 거리

입니다.

1.공간적인 거리는 자신의 보법과 자세, 죽도의 겨눔 상태 등으로 만드는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며..

2.시간적인 거리는 서로 마주하고 대치한 상황에서, 일방의 또는 쌍방의 쳐들어 오는데 걸리는 시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거리를 뜻합니다.

예를 든다면.. 상대가 달려들어 오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이를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시간이 적절한지의 여부로 거리의 적법성을 따집니다.

만일 대응하는데 늦었다면 적절한 거리를 두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대응하여 상대를 되치기로 성공했다면 적절한 거리였다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거리가 멀고 가까움을 따지는 것이 공간적 거리 라고 한다면,
적법한 거리를 따지는 것은 시간적인 거리를 의미는 것입니다.


3.심리적 거리는 기백과 기세, 기합 등을 통해 심리적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만들어지는 거리를 말합니다.

상대에게 심리적 변화(놀람,두려움,의심,망설임)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물리적 거리는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이쪽에서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둘 수 있고, 상대는 나를 공격할 수 없는 마법같은(?) 거리가 만들어집니다.

적절한 거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검도는 어쩌면 사람간의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이지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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