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심사를 꼭 응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어 말씀하시는 관원 분이 계셨습니다.
운동이 좋아서... 검도가 좋아서 하는 것인데, 승급심사나 승단심사를 굳이 응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는 심사에서 부여하는"급"이나 "단"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간판으로 인식되기에 본인처럼 운동자체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심사를 볼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씀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심사에 대해 그 분의 말씀과 인식에 충분히 이해와 공감은 됩니다만...
사실은 그렇게 인식한다는 자체가 벌써 남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던 이유는.. 단지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목적으로서만 시험을 보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험은 학교에서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테스트라는 검증의 한 과정이었듯이, 심사 역시 그동안 사범에게서 배운 내용에 대해 올바르게 숙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으로서의 한 과정인 것입니다.
심사가 남들에게 몇단이고 몇급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식한 것은 이미 본인 스스로가 남들을 의식하고 예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합격이나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시험의 주된 목표라고 잘못 생각하다보니 본질에서 벗어난 결과론적 인식이 이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험이나 심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보완해 가는 과정 속에서 점차 원숙한 실력을 갖추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고,
이를 잊게되면.. 단지 합격,불합격의 여부만으로 자격을 갖추려는 것이 되어버려 결국 남들을 의식하는 꼴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도장이란 헬스장이나 수영장처럼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닌 배움의 장소입니다.
우리 도장의 관원 분이 도장에 대한 인식을 헬스장 같이 생각했던 것은 어찌보면 몇달동안 그 분을 지도하고 가르쳤던 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검도의 대중화로 인하여. 검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이사 또는 이직 등의 이유로 새로운 검도장을 물색하면서 입회를 문의하는 내용을 보면.. 해당 도장에 유단자가 몇명이고 사람들은 많은지의 여부를 따지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문의는 관장이나 사범에게서 배운다는 개념보다는...
배울것은 대충 다 배웠으니 그저 다양한 사람들과 겨루어 보며 내 운동하겠다는 심산으로 도장을 선택하겠다는 의지가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사가 "운동할 공간"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겨루기에 있다보니 .. 도장은 배움의 장이라기 보다는 그저 헬스장이나 수영장 같은 체육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배움이라는 컨텐츠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또다른 관심사는 "관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거나, 관장과 "관비흥정"을 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처음 검도에 입문할 때부터 잘못 배웠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들이 검도계에 널리 분포 되어 있다는 것은 일선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장을 체육관으로 인식시켜 버린 책임은 지도자로서의 "소양 부족" "지도컨텐츠 부재" 등에서 기인했다고 보여 집니다.
도장이 배움의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일선 도장의 지도자가 교양과 품위를 잃지 않는 선생님의 자세를 견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도장이 배움의 장으로써 체육관과 다름을 가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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