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어느 노인으로부터 도장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입관에 대한 문의였는데, 본인에 대한 문의가 아니고 아들의 입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화로 들리는 목소리는 어림잡아 60~70대의 노인으로... 아들이라고 한다면 20~30대의 성인인데 아들이 직접 문의를 한 것이 아니라서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내용은 ... 아들이 30살이 넘었는데 집에서 게임에만 몰두하고 전혀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는 ... 일명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즉, ”은둔형 외톨이“ 였던 것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의 이러한 한심한 삶의 모습에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들을 대신하여 검도장 입회에 대한 문의를 한 것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입관문의는 성인인 아들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설득이 안된 상태에서 이러한 전화문의는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로서 얼마나 속상하면 이렇게라도 하소연을 하고 싶었을까 측은하게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노인의 말에 의하면... 아들의 인생을 반추해 보았더니 그나마 사람으로서 온전한 생활을 했던 모습이 고등학생 시절에 검도를 배우던 시기였던 때로 기억하고,
혹시라도 검도를 다시 시작하면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전화연락을 했더라는 것입니다.
아드님을 먼저 설득하고 도장에 함께 방문을 권유해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만, 예상대로 이후 방문도, 연락도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그렇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부모로서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는지의 결과가 ...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부모자식간 대화 없는 단절..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삐뚤어진 자식 사랑..
사랑이라고 착각한 집착..
이러한 것들이 지금의 어린 아이들을 ”히키코모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지요.
먹고 사는 것이 바쁜 나머지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한 점검과 반성에 대해 우리 부모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 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양산(?)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요즘들어 사회에서 심각하게 벌어지는 흉악한 사건들의 대부분의 시작은
이러한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가 교육하지 못하는 부분은 믿을만한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교육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학교 선생의 교육에 직접 간여하고 압력을 넣으려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학교에서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교선생님의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금에는 더우기 그렇습니다.
그 대안을 저는 도장(道場)에서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도장의 능력있는 선생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고, 그 선생의 능력 여부에 대한 검증은 부모님의 몫입니다.
그 정도의 수고도 안하고는 애초에 이러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냥 전화로 “차량운행 여부“ 나 ”시간표“ ”관비“ 따위나 물어보는게 문의가 아니고요...
직접 도장을 아이와 방문해서 도장에서 아이들이 수련하는 모습이나 지도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어떤 사고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직접” 나누려는 최소한의 부모로서의 “수고”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고“ 마저 귀찮게 여기거나
그저 운동은 학업에서 남는 시간에나 하는 ”곁다리” 정도로만 의식을 한다면
나중에 본인의 자녀가 성인이 되어 어떠한 문제를 갖게 되었을 때...
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둘째로 하고
자녀교육에 실패한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전화로 답답함을 호소했던 그 노인처럼...
십수년전, 먹고 사는 것이 바쁜 나머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아이에 대한 문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에 대하여 지금...
자신의 업보를 톡톡히 겪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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