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의 심판규정집에 명시된 유효한 득점의 정의는 ..
"충실한 기세와 적정한 자세로 죽도의 격자부로 격자부위를 칼날을 바르게 하여 격자하고 존심이 있는 것으로 한다"입니다.
하지만 검도경기에서는 담당 심판의 권한이 절대적인 주관에 맡겨지기 때문에, "검도는 심판의 놀이터이다" 라고 할 정도로 판결에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다른 종목에 비해 심합니다.
판정에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어 공정성을 해친다거나, 심판의 역량이 부족하여 오판이 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검도경기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검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에는 그저 기대로만 끝나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의 교묘하고 고도화 된 반칙을 잡아 낼 수 있는 심판의 역량은 승패의 판정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동네대회나 소규모대회에서는 그저 참가자의 친목 도모 및 축제나 행사의 일환으로 검도경기가 치루어 지기 때문에 심판의 엄격한 잣대가 비교적 무디지만,
진학이나 연봉과 관련된 중요한 시합에서의 성적을 좌우하는 대회에서의 심판의 판정은 선수의 운명을 좌우해 버리기 때문에 심판의 자질과 역량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세계검도 선수권대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선수의 기량을 심판이 쫓아가지 못하는데 있었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국적이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해당 심판으로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검도경기 인프라가 미흡한 국가의 심판이 경기의 주심과 부심을 맡게됨으로 인해, 선수들의 현란한 테크닉과 교묘한 반칙을 잡아내지 못해 온 것이 뼈아픈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제 심판 강습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기존3명의 심판제에서 5명으로 늘리거나 비디오 판독제도를 시범 운용함으로써, 보다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스티티아(Justitia)는 한손에는 검과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로마시대 정의의 여신입니다.
그리스에서는 "디케"라고도 하지요.
권위의 엄격함을 상징하는 칼과 공정의 잣대를 의미하는 저울을 든 이 여신은 당시 로마 제정시대를 법치로 다스리겠다는 의지의 표상이기도 했습니다.
눈을 가린 퍼포먼스(?)는 편견이나 사심을 배제하겠다는 것이고요.
만인을 대표하는 공화정에서 황제의 절대 권력 체제로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그 즈음에 정의를 내세운 당시의 시대상황은.. 정의는 누구를 위함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법치주의" 는 영어로 "rule of law"인데 로마의 제정이 막 시작될 즈음..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당시 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의 의지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후 통치자들의 법치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법을 이용한 통치(rule by law)"로 전락해 버렸고.. 다시 시민혁명을 통해 "법의 통치(rule of law)"로 회귀했지만.. 또 권력자들에 의해 뒤바뀌고 .. 이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는 가운데 지금에 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의 주권이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권력기관이 법을 이용한 통치 수단이 아닌.. 권력기관도 법의 통제를 받는 시스템이 진정한 법치주의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권위와 이권이 난무하는 시대에 "유스티티아"는 어떤 시각으로 지금을 바라 볼지 궁금합니다.
혹시 지금의 혼탁한 시대를 아예 보기 싫어 눈을 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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