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범과 통화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날 따라 목소리가 많이 침울해 있어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본인이 속해 있는 검도단체의 대의원으로 있던 그는.. 중요 안건에 대한 표결을 하는 와중에 그의 소신대로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하였습니다.
그런데 개표 결과가 나오고 며칠 뒤에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더라는 것입니다.
내용인 즉.. "네가 그럴 줄 몰랐다"
"너의 1표가 얼마나 중요했는데 ..." 등 본인과 다른 1표를 행사한 것에 대하여 제자였던 그 사범에게 섭섭함과 야속함을 드러낸 문자였습니다.
제자가 스승인 자신과 항상 뜻을 같이할 수는 없을 뿐더러 ,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그러한 감정 표현을 제자에게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범이 가슴 졸였던 진짜 이유는 스승에 대해 배신(?)했다는 부담감 보다는, 앞으로 그 지역에서 자신의 입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모습이 더 커보였습니다.
스승은 소위 말하는 그 지역의 영향력 있는 맹주였기 때문에 미운털 박힌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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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제자를 키우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위신과 경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아니고, 능력을 뽐내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어쩌다 마주하게 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제자를 가르치는 가운데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계기를 삼기 위한 수련의 일부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만큼 네게 주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는거니?! " 라는 사고방식은 스승의 마음가짐이 아닌거지요.
스승과 제자의 관계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게 이럴 수가 있니?!" 라는 보상 심리의 끝판을 보여주는 이러한 마음은 결국 서로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낳게 됩니다.
연인 또는 부부사이도 그렇고.. 친구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에게 기대를 하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하게 될 경우 .. 갈등과 반목이 시작되는 것이죠.
아낌없이 그리고 바램이나 기대 없이 상대를 대하는 것은 , 마치 화분의 꽃을 가꾸며 바라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비록 그 꽃이 나를 향해 바라보지 않는다 해도 , 거기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을 줄 아는 지혜를 배워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기대와 바램은 욕심이라는 경계를 결국 넘게 되고 , 불행의 시작이 되어 버립니다.
기대를 배제한 사랑이란 매우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스승이 반드시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덕목입니다.
아래는 작고하신 검도 범사(範士) 8단 치바 마사시(千葉仁)선생이 생전에 남기신 말씀 중에..
제자를 대하는 스승의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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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키울땐..
꽃을 가꾸는 것과 같이 키워야 한다.
키우면서 뽑지도 말고, 밟지도 말고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물을 주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승의 도리이다.
나중에 꽃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지 말아라.
스승은 단지 훌륭하게 성장한 꽂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것이 제자에 대한 스승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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