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사회인검도연맹이 막 태동 할 때, 초대 이사들 중 한 분 이셨던... 지금은 작고하신 서충섭 선생께서 서울 사당동에 도장을 개설하셨을 때입니다.
지인 분이 해당 도장에 다니고 있던 와중에 기회가 되어 서충섭 선생 도장에서 교검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생께 들어가 연습을 하고 난 이후.. 연습중의 나쁜점에 대한 지적을 요청드렸는데 하시는 말씀이 "속이는 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셨습니다.
이기는 칼에 집중하던 젊은 검사에게 페이크가 기술이 아니고 속임수라는 말씀에 대해 당시에는 납득이 전혀 갈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 이후 그 분의 말씀이 저에게는 바른칼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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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승전계(勝戰計) 전술 중의 하나로 "성동격서(聲東擊西)" 라는 것이 있습니다.
- 동쪽에서 소리를 내서 주의를 그쪽으로 돌리고 서쪽을 친다 -
라는 뜻으로 , 이러한 방법은 현대의 각종 맨투맨식 스포츠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페이크 기술은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고, 검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바른검도를 추구하고 지향하면서, 속임수 기술이라니 말입니다.
자세가 무너지거나 상대를 속이면서까지 해서 시합에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한다면..이는 우승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감춰진 불편한 속성인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바른검도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선수들이라고 한다면 , 바른칼에 대해 숙고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에 따라주지 못합니다.
바른칼과 시합칼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바른칼은 배우는데 무척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 깊이를 성찰할 수 있으며... 반면에 시합칼은 단시간에 시합에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깊이가 없습니다.
검도지도자로서 항상 아이들이나 관원들에게 "바른칼"을 지도하면서 시합칼에 대해서 고민의 1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른칼은 시합칼을 제압한다" 라는 저의 믿음 때문입니다.
세메(攻め)는 공격의 의지가 몸과 마음으로 표현되어진 일종의 기세(force of attack)라고 정의 되어집니다.
페이크 기술은 세메가 없는 상대에게는 속임수로서 효과적이지만, 세메가 있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 쉽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속이지 않는 바른칼의 강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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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2007년 NHK에서 방송한 전일본선수권대회 관련 내용입니다.
테라모토는 바른칼이라기 보다는 페이크 패턴을 보이는 전형적인 시합칼의 대가입니다.
영상의 나레이션에서도 테라모토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자유자재"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애둘러 시합칼 선수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짧은 일어실력이지만 나레이션의 설명 때문에 영상을 번역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당 영상의 원본에서도 "성동격서" 전술로 타카나베에게서 머리치기를 빼앗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의도된 질문에서 웃음으로 "아니다"라고 답변을 하더군요.
사실은 "허리페이크 머리치기"였는데... 몸이 알아서 반응했다는 해명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타카나베의 스피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테라모토는 자신의 페이크 특기를 최대한 발휘해야 했고 , 해당 영상과 같은 화려한 영상이 만들어졌습니다.
검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패턴이 있지만 ...
타카나베 처럼 스피드로 승부하는 칼은 나이가 들면서는 체력과 근골격의 한계로 평생 추구하기에는 제한적이고 ,
테라모토 처럼 페이크로 승부하는 칼은 세매가 강한 상대에게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대단히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강한 중심으로 승부하는 칼..
발의 움직임으로 승부하는 칼..
상대칼을 끊임없이 공략해 승부하는 칼..
등도 각각의 약점이나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바른 칼이란 어느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닌... 상기에 언급한 이러한 다양한 칼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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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과거에는
"바른 칼이란 무엇인가?"
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더라면,
지금은
"바른 칼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라는 보다 진일보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인생은 무엇인가?"
에서 시작하여 원숙함에 접어든 시점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라는 방향으로 옮겨져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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