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장비를 갖추고 승부를 겨루는 각종 스포츠들에 있어서, 원활한 도구의 조작과 운용은 경기력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경기결과에 민감한 프로선수들의 장비 선택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입니다.
명필의 대가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옛말이고 ... 유명 서예가들 또한 붓을 고르는데 있어서 매우 신중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개인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 ...
장비에 자신을 맞추어야 할까요?
아니면 반대로 자신에게 장비를 맞추어야 할까요?
...
14~5년전에 활터에서 활을 처음 배우던 초창기에 팔길이가 유난히 길었던 저의 경우.. 화살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화살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궁도에서는 화살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면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날아가면서 보이는 파라독스(archer's paradox) 현상이 과도해지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수에 놓이는 상황이 되어버려 적중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팔길이보다 짧은 화살을 사용하면 "만작(활시위가 100% 당겨진 상태)"이 되지 않아 일정한 힘으로 활을 당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역시 적중률에 문제가 생깁니다.
인체에 붙어있는 기다란 팔을 짧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긴 화살을 사용하되.. 파라독스 현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허리힘(spine)이 강한 화살대(shaft)를 고려하여 장비를 갖추어 사용했답니다.
만일.. 장비에 나를 맞춘다고 짧은 화살을 사용하게 된다면 100% 활시위를 당길 수가 없었을테고,
만작(滿酌)이라는 기본자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제대로 된 궁체(弓體 활쏘는 자세)를 만들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앞의 예로 설명드렸듯이 , "자신에게 장비를 맞추는 것"이 정답입니다.
검도에서도 역시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 죽도라는 장비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신중하게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당장 가볍게 느껴지는 죽도를 선호 하다보니,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에 몰려 있는 죽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죽도의 무게감을 이용한 타법이 손에 익게 되었을 때에는...
손잡이가 무조건 굵은 것보다는 오히려 죽도 앞 쪽으로 적당히 무게감이 몰려 있는 죽도를 선호하게 됩니다.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으로 몰려 있는 죽도의 경우 .. 죽도가 손아귀에서 제대로 운용(테노우찌 手の内)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손끝에 느껴지는 타력감의 경쾌함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잡이(병혁柄革)의 길이도 팔길이에 따라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입니다.
팔이 긴 경우는 손잡이 길이가 긴 죽도의 운용에 문제가 없지만...
팔이 짧은 경우는 손잡이 길이 역시 짧게 제작된 죽도를 사용해야 죽도운용에 무리가 없습니다.
죽도의 손잡이 길이가 길면.. 오른손(팔)이 지나치게 올려 잡게 되어서 자세가 틀어지게 되고,
이에 자세를 바르게 잡으면 오른손(팔)이 손잡이를 덜 부여잡게 되어, 죽도운용에 있어서 오른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처해진 입장과 환경 . 패턴, 성격 등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었을 때 학업이나, 업무 등..자신이 목표한 바에 대한 능률과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즉, 자신을 이해하고 일이나 학업 등.. 기타 목표한 바를 이행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자신에 장비를 맞추는 것" 과 같습니다.
이를 거꾸로 일이나 학업 등 어떤 목표를 수행하는데 자신이 그것들을 맞추려고 한다면...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장비에 자신을 맞추는 것" 처럼 말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목표에 꽂힌 나머지 자신을 목표에 억지로 맞추기 보다는...
자신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궁도나 검도에서 배우게 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