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할 때.. 일반적으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네가지를 학습하게 됩니다.
문법을 잘해서 시험문제를 상시 100점 맞는다고 하여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글이나 문장의 독해는 가능하지만 듣기 즉, 히어링(hearing)이 되지 못하면 막상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벙어리가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도가 그렇습니다.
문법이 그 언어의 구조와 특징을 배우는 것처럼, 검도의 기본 또한 검도만이 갖는 독특한 자세와 운동의 원리를 배워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독해는 배운 문법을 토대로 글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하는 것이고 , 이를 검도로 본다면.. 호구를 착용하고 이전에 배웠던 기본을 적용해 가는 과정이 검도에서의 대련(겨루기.게이고稽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검도의 시합은 상대에게 전술과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고 공방을 서로 주고 받아 득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이는 마치 외국어로 상대와 말을 주고받는 회화와 비슷합니다.
여기에 더해 쓰기 즉.. 작문(writing)은 검도의 마음(mind)이나 정신(spirit)과 대응할 수 있지 싶고요.
특히 언어에서의 끝판은 글을 해당 언어로 쓸 수 있다는 것으로.. 글로 생각이나 의도를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작업이자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검도에서의 마음을 다루는 연습 또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통해 수준 높은 경지에 이른다는 점에서 언어의 작문과도 일맥상통 합니다.
문법만 안다고 해서 회화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검도의 기본동작만으로는 시합에서 득점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검도시합에서 우승도 하고 메달도 획득하여 경기력이 좋다는 소리는 듣게 되지만..
검도를 사람들에게 지도하게 될 때에, 검도의 원리와 이론에 입각한 기본을 설명해 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실제로 일선 도장에서 사범이나 관장이 검도지도에 있어서 이론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검도를 수련하면서 시합을 잘하면 마치 검도를 잘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려는 것인데요..
물론 검도에서 시합은 중요한 요소를 차지합니다만 이를 검도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마치 외국어 회화만 잘한다고 해서 그 외국어를 정통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회화만 잘 할 뿐, 해당 언어로 된 원서를 술술 읽지를 못한다던가.. 또는 제대로 된 보고서나 편지를 쓰는 문제는 전혀 다른 사안이거든요.
더우기 이러한 외국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친다고 할 때.. 문법을 빼고서는 교육이 안됩니다.
검도를 하는 사람들이 시합이나 승부가 검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데 있고, 또한 경기종목으로써 위너(winner)를 뽑는 스포츠의 속성이 갖는 강열함이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 기본을 다루는 검도 이론에 대한 부재와 이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검도에서 상대와 겨루기나 승부를 할 때.. 매번 쳐맞는다(?)며 본인이 검도를 못한다고 스스로 낙담을 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습니다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외국어를 학습하는데 있어서 회화가 전부가 아닌 것처럼 검도 역시 승부나 시합이 전부가 아닌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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