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현이었던 공자가 자신의 가르침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군자"를 단연 으뜸으로 한다.
능력만 출중하다면 자신의 신분을 얼마든지 뛰어넘는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 그는 군자가 마땅히 가야할 바를 여러가지 가르침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사서오경 중 하나인 "논어"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하여 편찬된 논어는 전20편 -482장- 600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첫 편 - 첫 장 - 첫 문장은 바로 "군자로서 기쁨과 마음가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성경 첫시작의 맨 첫 페이지가 창세기 1장1절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니다- 구절의 파급력이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처럼..
학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첫번째로 접하게 되는 문구가 바로 " 학이시습지... " 로 시작하는 군자에 대한 언급인 것이다.
그러면 군자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서양에서의 LORD라는 의미로 왕족,영주,귀족을 일컬어 부르는 신분적 지위의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었다.
그러나 공자의 가르침 이후 군자의 뜻은 단순한 계급적 위계에 따른 호칭이 아닌 덕을 갖춘 지도자로 그 의미를 달리하게 된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무언가를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면 역시 기쁘지 않겠는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
친구가 스스로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다면 역시 즐겁지 않겠는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군자답지 않겠는가.
마지막 구절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군자이다.-
라는 의미가 내게는 가장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이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각 지역의 영주들이 여러 인재를 등용하여 강력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였다.
공자 또한 이러한 인재로서 각 나라의 영주들에게 불려가 가르침을 주기에 이르지만,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역량이 "덕"이라는 그의 주장에 대부분의 영주들에게 외면 당하고 만다.
부국강병의 기치로 국력을 신장하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던 시절에 공자의 이러한 가르침은 나약하게 보였으리라.
짐작컨데.. 공자 역시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세태에 처음에는 무척 낙담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하여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군자의 자세라고 이렇게 후세에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도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입관 상담하는 학부모들과의 면담중 모두가 입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도를 배우면서 아이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나 규칙과 책임을 통해 배우는 사회성 등 교육내용 관련 설명은 듣는둥 마는둥이고,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수강료 할인'이나 '죽도 도복과 같은 검도장비의 무료지급' '학생들이 많고 적음''차량운행여부'만 따진다.
여기에 "우리도장은 엄격한 규율로서 아이를 훈육한다"는 이 말 한마디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입관의 생각을 접는다.
즐겁게, 아이들의 편에서, 따뜻하게 감싸주고, 칭찬하는.. 이런 어휘에 익숙한 학부모들에게 극기, 인내, 규율, 훈육 이라는 도장의 교육철학에 대해 설명하면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일면 아이들에게 이런 곳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입장인 것 처럼 보인다.
-검도선수 시킬 생각 없다-
라는 학부모들 표정의 역력함에 나 역시도 아이들을 검도선수로 육성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 라는 말로 끝나는 현실은.. 그저 스승과 제자로서의 인연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담담할 따름이다.
선생으로서 제자들을 배출하고 그 제자들이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가르침을 주는 것이 도장을 운영하는 최선의 목적이고 내 작은 소망이다.
이것이 내 삶의 최고 지향점으로 자리한다는 사실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분노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마도 논어의 저 구절이 내게 자리하고 있지 싶다.
그럼에도..
오늘도 거리에 우리 도장 알아달라고 열심히 현수막을 걸고 있다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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