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 仙 斷 想


가늠 22.04.28 12:32
국선재사범 HIT 17
새벽수업을 위해 항상 6시경에 지나치는 사거리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6월1일에 시행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가 매일 6시부터 나와서 지나가는 차량에 대해 피켓을 들고 손을 흔들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한 달 이상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6시에 나와서 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 예비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지방선거에는 별 관심도 없는데 본인이 당선 될지의 여부도 알 수 없음에도 저렇게 매일 새벽에 나오고 있는 겁니다.

최소한 다른 것은 몰라도 ...

다른 후보자들보다 먼저.. 그리고 꾸준히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과 둘째는 “열의를 갖고 있는 사람” 이라는 것을 그의 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게 됩니다.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것을 “가늠하다“ 라고 합니다.



도장 깨기에 들어간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당대 최고의 검객인 ”야규 세키슈사이(柳生 石舟齊)“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야규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을 하고 대신 사과의 의미로 작약꽃 한송이를 직접 칼로 벤 후 하인을 시켜 무사시에게 건네주게 합니다.

작약꽃을 받아 든 무사시는 베인 가지를 보고, 이내 자신의 실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야규의 칼솜씨를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야규가 베어 보낸 작약꽃을 보고 야규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한 때를 풍미했던 검객들의 일화로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겠지만...

이처럼 상대의 행동이나 태도를 보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 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자질입니다.

입사 면접이나 사람간의 미팅 등에서 좋은 모습이나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첫인상을 좋게 하여 자신을 보다 유리한 입장에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늠의 정도가 보다 정확하게 되면..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리는 “간파” 라는 보다 윗 단계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검도의 승부는 처음 상대를 대하게 될 때 상대를 읽어 내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의도로 쳐 올 것인지에 대한 간파를 하고, 못하고 에서 승부가 가려 집니다.

이러한 연습을 하다보니 ... 검도를 하는 사람들은 눈치가 무척 빠릅니다.

자신은 간파를 당하지 않고, 동시에 상대를 간파하는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고수의 길에 들어 서게 되는 것이지요.

저 역시도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 저도 모르게 아이의 행동과 태도를 통해 성향을 파악하게 됩니다.

가령 젓가락질을 할 줄 알거나, 매듭을 묶을 수 있다고 한다면...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업무와 관련하여 검도장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첫째는 도장 입구에 들어 설 때 저는 신발장을 우선 봅니다.

신발의 정돈이 잘되어 있다고 한다면 이 도장은 제대로 된 도장입니다.

둘째, 도장 내부에 들어 섰을 때 아이들이 나서서 이 낯선 방문객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면 역시 그 도장도 수준이 높은 관장이나 사범의 가르침이 있는 곳입니다.

셋째,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입관상담을 받으러 온 방문객이 있다면 수업을 제쳐두고 방문객을 맞이 하는 관장이나 사범이 있는 곳은 제대로 된 도장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검도에서 입는 도복에는 다른 무술처럼 블랙벨트가 없습니다.

이는 상대의 수준을 블랙벨트가 없이도 가늠해 보도록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검도에서의 수준은 태도와 자세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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