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 仙 斷 想


공세(세메 攻め) 22.08.15 14:57
국선재사범 HIT 33
나주에 도장을 열어 수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저의 수업은 크게 세가지 커리큘럼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데,

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기본자세와 죽도 후리기를 통한 몸만들기가 1파트

호구를 착용하고 바른 자세로 상대를 각 부분별로 치고 나아가기가 2파트

그리고 3파트인 상대를 공략해 가는 내용으로 총 세 부류로 나뉘어 집니다.

수시입관의 형식으로 도장을 운영하다 보니 항시 이 세 부류의 커리큘럼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적절히 조합하여 지도하는 것이 지도 효율의 관건으로 작용합니다.

이 수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별 검도 수행 능력치를 지도자가 인지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지도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수업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은 인원을 수용하다 보면 지도의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각자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수업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과 다를바 없게 되는 것입니다.

판단해 보건데, 저의 경우 원할한 수업을 진행하는 적정 해당 인원은 10명입니다.

그 이상의 인원을 해당 수업시간 중에 지도한다는 것은 수업을 관리 지도하는데 집중도가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지도를 받는 관원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지도자를 한 사람 더 추가로 해당 수업시간에 투입하면 되지 않을까“도 고려해 보지만, 이는 지도의 일관성에 문제가 되기에 역시 무리입니다.

추가로 수업에 투입되는 지도자가 같은 선생님에게서 배운 지도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서론이 길었네요 ^^

며칠 전부터 드디어 두 분이 3파트에 들어가게 되셨습니다.

각각 3단, 2단으로서 국선재에서 수련을 시작한지 6개월, 4개월 차입니다.

4개월 차 2단인 분이 조금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기본기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있고, 사에(冴え, 끊어치는 타법)를 쓸 줄 알기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3파트에서 기본적으로 다룰 주요한 내용은 공세(세메 攻め)와 거리(간합 間合 마아이)입니다.

중간에 일본어가 나와서 좀 거북합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검도가 일본이 종주국이고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들의 검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를 배척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신봉하거나 존경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또한 무조건 배척한다고 해서 애국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연구 발전시켜 온 검도를 제대로 받아들여 검도라는 훌륭한 운동을 발전시키는데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펜싱처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추후에 유럽의 펜싱 발달사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어요^^)



공세(攻め 세매)를 처음 들은 것은.. 2000년대 초반 제가 4단 심사에서 몇 번씩 고배를 마시던 시절에 검도 관련 내용을 인터넷 뒤져가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가던 시절이던 때였습니다.

모 검도동호회에서 공세(攻め 세매)라는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로서는 무슨 선문답과도 같은 난해한 이야기로 설명이 되어 있더군요.

당시만해도 일본서적을 번역하여 의역과 직역을 섞어 가며 설명해 놓은 글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이제 막 공개되던 때이다 보니, 번역자가 검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단지 번역만 해 놓다 보니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에는 공세(攻め 세매)라는 것은 상대로부터 기선을 잡고 먼저 공격해 들어가는 기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답니다.(지금 생각하면 하하하..)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2009년도 전일본 선수권대회의 경기 참관을 위해 도쿄에 갔을 때, 신주쿠에 있는 순정관(純正館)에 들러 합동연무를 했었습니다.

하야시 아키라(林明) 선생이 지도하던 도장이었는데, 합동연무 후 저의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 지적을 부탁드렸을 때 하시던 말씀이 ”세매가 전혀 없다” 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때가 두 번째 들었던 공세(攻め 세매)였습니다.

선생과의 연습 때 그렇게 공격적으로 달려들었었는데 세매가 없다니...(물론 한 대도 못 때렸습니다만..)

그리고 세 번째 공세(攻め 세매)를 들었던 것은 2012년 제15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이탈리아, 노바라 시)에서 전년도 일본대표 선수였던 키와다 다이키(木和田大起)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선수들에 대한 평을 물었답니다.

그는 일본선수들에 비해 한국선수들은 체격도 크고 힘있는 검도에 인상적이었다고 했지만, 이는 일본인들 특유의 예의를 갖춘 다테마에(建前)이고..
다시 재차 한국선수들이 보인 단점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 세메가 없어 보입니다 -

아니!! 그렇게 공격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한국선수들에게 공세(攻め 세매)가 없다는 소리를 하다니?!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답변이었습니다.

대회기간내내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부터 공세(攻め 세매)에 대한 나름의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공세(攻め 세매)에 대해 통달했냐고요?!

검도에서 통달이란 없습니다.

항상 현재진행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 공세(攻め 세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상대를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 -

압박, 미끼, 유혹(?), 유인, 도발등의 수단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태로 상대를 몰아가는 것 ...

여기에 거리, 정중선, 중심의 3대 요소에 대한 이해와 축경(蓄勁 타메溜め)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으로 완성시키게 됩니다.

이 공세(攻め 세매)를 통해 ..

할아버지가 젊은이를 ..
여성이 남성을 ..
어린이가 어른을 ..

가볍게(?) 제압하도록 해줍니다.

이는 검도가 단지 힘과 스피드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평생토록 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게 하고 있는 것이지요.





상대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내 의도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면, 힘과 스피드보다 우위에 있게 된다는 이 이론은.. 단지 검도의 승부에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가 내 의도대로 움직여만 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되겠지요?!

가령 부하직원과의 관계라든가, 또는 부부와의 관계라는가, 사업파트너와의 관계, 일상에서 크고 작게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그 수 많은 관계들이 해당 됩니다.

내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말이지요.

검도에서 삶의 방향과 방법까지 논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건 꾸준함 속에 그 나름의 삶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삶에 대한 철학을 저는 단지 검도에서 찾아 가는 것일 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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