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남겨두다“ 라는 의미로 무도에서는 상대를 제압한 이후의 방심하지 않는 마음자세를 말한다.
하지만 무도에서 뿐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로서의 잔심은 잊지 않으려는 인간 본연의 마음의 자세 또는 그 상태가 아닐까 싶다.
이것은 인연이라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양의 사상이나 철학에서 기인했으리라.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음은 인간에게는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 만남과 과정의 아름다움이 클수록 이별의 아픔은 클 수 밖에 없다.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관계의 설레임, 부모가 자식을 낳고 품에 안았을 때의 행복,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 함께 나눌 수 있는 우정 등...
이러한 만남의 기쁨은 이별이라는 숙명을 잠시 잊게 한다.
아픔의 상처로 허우적 거리기 보다는 인연이 다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만남과 과정의 아름다움은 빛을 더한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상대에 대해 마음을 남겨 둔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에서의 잔심이다.
서울에서 나주로 도장을 이전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물품들을 갖고 왔다.
물품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어린 제자들과 성인 관원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목패를 그대로 새로 신설한 나주 도장에 걸어두었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그런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픔보다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더 방점을 둘 수 있기에...
인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고 맞이할 마음의 자세를 갖출 수 있지 싶다.
오늘이라는 순간은 결국 어제를 보낼 수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이는 오늘이라는 순간을 보낼 수 있어야만 내일이라는 희망을 기대 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잔심(残心)은 이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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