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를 타면서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무척 많다.
항해술은 물론이고, 정박 및 묘박술, 팀워크, 기상예측과 통신장비 사용법, 엔진정비, 해도와 조류의 이해, 로프매듭법, 구난구조법, 스킨스쿠버 등 거의 만능을 요구한다.
이러한 테크닉들은 요트를 타면서 얻어지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얻어지는 것들로 연륜의 깊이에 따라 수준의 정도는 더해간다.
자신의 수준을 높이려 한다면 자신보다 더 경험 많은 요트맨과 함께 항해를 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요트마리나에서는 요트라는 서로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서 금새 사람들과 친해진다.
요트관련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씨맨쉽을 나눈다.
이번 일요일에 요트마리나에서 RIJEKA 옆 폰툰에 자신의 배를 정박한 이웃에게서 요트 관련한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다.
그가 요트 배테랑이라는 건 그의 몇마디 설명에서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서 지식을 얻는 방법 중에 가장 최선은 상대의 말을 잠자코 듣는 것이다.
RIJEKA의 사이드 스테이의 텐션(장력)의 조임, 계류시 로프의 설치, 휀더의 매듭위치 등에 대해 그의 조언을 들었다.
그는 분명히 요트맨으로서 나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이런 경우, 나에 대해 호의를 갖고 전문지식을 전달해 주는데 있어, 요트 선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에게 무료강습(?)을 받은 후, 세일링을 위해 RIJEKA를 타고 약 3~4시간을 바다에서 보내고 마리나에 들어 왔는데, 폰툰이 지저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아까 나에게 요트관련 설명을 해 주었던 그 이웃이 자신의 요트를 수리점검하고 치우지도 않고 사라진 것이다.
내가 처음 요트에 입문할 때, 배웠던 기본 중의 기본은 "정리와 정돈" 이었다.
요트을 타고 들어오면 자신의 요트장비에 대한 정리는 본인이 직접 해야하고, 주변 정리는 말끔히 해야한다는 것이 원칙이었고 기본이었다.
출항전까지만 해도 요트선배로서 선망의 대상으로 봤던 옆 폰툰의 이웃은 요트맨으로서 기본도 모르는 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격과 승마와 더불어 요트는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이 배웠던 3대 교양스포츠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인다는 정신은 이후에 유럽인들의 리더쉽에 근간을 이루게 되는데, 3대 교양스포츠가 바로 이러한 정신을 함양시키는데 훌륭한 교육이 되었던 것이다.
테크닉과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기본이 안되어 있다면, 감탄은 할 수 있겠지만, 존경까지는 못하는 것이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선배로서, 직장상사로서, 사회지도층이나 그리고 공인으로서 어떠한 위치에서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검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감탄을 자아내거나 부러움을 갖을 수는 있으나 , 존경과는 전혀 무관하다.
도장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배우고 또 우선순위로 배우는 것들은 그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로써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다루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첫 검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지도하는 것으로 예법이 최우선이고, 다음은 묵상과 호흡, 다음이 중단자세와 보법이다.
예법이 없으면 검도는 단지 폭력과 다름없다.
담대한 마음과 의연한 자세는 묵상을 통해 훈련이 가능하기에 중요하며, 중단세와 보법은 우리 검도의 특성으로 기본자세의 첫단추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다음 수순으로 지도하고 있다.
검도의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단급 체계이다.
단급체계는 심사를 통해 진행되는데,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나 체력보다는 기본의 충실함에 더 근거를 두고 합격유무를 판단한다.
검도 고단자가 그 자체로 존경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기본을 인정 받았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기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충실하다면 좋겠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기본을 무시하고 편법이나 기교를 부리다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이 된다면,
이러한 문제로 생기는 사고는 점차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