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법원에 다녀왔다.
몇달전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와 함께 놀다가 얼굴을 다친 일이 있었다.
차량운행을 하고 도장에 들어오는 사이에 사고가 났다.
얼굴에 1.5센티 상처로 얼른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한 일이었는데..
아이 부모가 가해 어린이와 검도장에 손해배상을 제기한 이유로 법원에 간 것이다.
처음엔 피해 아이부모가 가해 아이 어머니에게 성형수술비 명목으로 300만원을 요구하였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 하면서 검도장에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750만원을 청구했다.
다친 아이의 부모는 중국인인데 아이가 다쳤으니 돈으로 해결을 보려는 모습이 한국인의 정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가해 아이의 어머니는 이번 일로 마음 고생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이상.. 돈으로 해결을 하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상황이라면 결과는 고스란히 액수의 문제만 남게 된다.
재판부에서도 750만원은 지나치다는 판단에 합의를 권유하여 액수의 조정에 들어가 결국 300만원으로 합의하여 본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처음엔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우려는 원고측의 주장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끝까지 재판으로 가려 했지만.. 가해 아이의 어머니께 전부 부담을 지게 할 수가 없어서 검도장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것으로 이번 소송을 종결시켰다.
다친 아이가 이번 사고로 얼굴에 크게 흉터가 남아 장래 사회생활을 하는데 크게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상처로 고통을 호소 할 정도로 큰 상처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사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미한 상처로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내려는 모습에서 요즘의 각박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법정에 다녀와 도장에서 수업을 마치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 가해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한마디를 해 주었다.
그런데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도장으로 오면서 훌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다.
"훌륭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좋아서 나무랄데가 없다" 라고 하는데, "아주 좋다"는 그 의미가 너무 넓어서
도무지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검도장 아이들과 "훌륭하다"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서 훌륭한 사람이고..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잘타서 훌륭한 사람이고..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지켜서 훌륭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사람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은 바로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만일 다친 아이의 부모가 이같이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었겠으나 존경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보여 아쉬울 따름이다.
다친 아이가 나중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여동생이 옆집에서 놀다가 모기향 꼬질대에 아랫 입술이 뚫려 응급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것은 아직도 그 사고로 그 이쁜 얼굴에 아래입술이 두툼하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이웃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는 커녕 수백번 머리를 쪼아리는 옆집 아주머니를 용서하시는 어머니의 대범한 처사 때문이었다.
그것이 3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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