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인 사촌이 있다.
언젠가 이 녀석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자신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의 병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자신에겐 매번 도전으로 다가 온다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당시에는 아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사무적이거나 전방위(?)적으로 들려 귀에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게도 이런 의식이 불연듯 밀려 온다.
내게 검도를 배우는 사람은 어느 누가 봐도 제대로 검도를 한다는 평을 들으려는 욕심(?)을 갖고 있는지라 대충 지도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검도 외적인 부분.. 즉 인사예법라든가 시간의 엄수는 물론이고 탈의실에서의 옷정리.. 심지어는 야외로 MT를 갔을 때 젓가락질이나 설거지도 가르친다.
가끔 도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도장 아이들의 이런 절도 있는 모습에 놀라게 되는데, 이런 손님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 켠에는 내심 뿌듯함을 느끼고는 한다.
도장에 약간의 자폐증상이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있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운동능력이 모자란다고 해서 지도하는데 다른 아이들과 별반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만일 이 아이의 자폐증상을 인정하고 별도의 교육을 진행한다면, 그 자체가 차별이고 본인에게도 그다지 교육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처음부터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 1년간 녀석이 잘 따라와 주었고 이 방침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이녀석이 절대로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계를 못 본다는 것 !!!
수업이 4시30분에 시작하는데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아이들이 이 시간이 되면 자발적으로 정좌해 앉아서 묵상에 들어 간다.
그런데 이녀석이 그동안 누나 또는 형들이 있을 때 묻혀서 이 시간을 준수했는데, 형들이나 누나가 없을때 시계를 보지 못해서 우왕좌왕하여 내게 몇번씩 혼이 나고는 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오늘.. 녀석이 조금 이른 4시에 와서 도복을 입고 바로 정좌하고 묵상을 하는 모습에...
시계를 못 보니깐 그냥 오자마자 무릎꿇고 20여분을 혼자 앉아 있는 모습에 녀석에게 시계 보는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분명히 학교에서도 가르쳤을 것이고 집에서도 가르쳤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시계 보는 법을 모르니, 나 역시 대충 가르쳤다가는 마찬가지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사촌 녀석이 언급했던 "도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떡하든 녀석에게 시계 보는법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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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31 2:02
